넷플릭스 ' 애플사이다 비니거' – SNS 웰빙 스타의 충격 실화, 뇌종양은 없었다

 

1. 애플사이다 비니거 드라마는?

2024년,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애플사이다 비니거는 한때 뇌종양을 이겨낸 웰빙 인플루언서로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던 호주의 벨 깁슨 사건을 바탕으로 한 실화 기반 드라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범죄극이 아닌,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SNS 기반 신뢰 구조의 허상을 드러내는 사회적 메시지를 품고 있다. 미니시리즈 형식으로 제작되었으며, 총 6부작 안에 그녀의 거짓말과 그 거짓을 믿고자 했던 대중의 심리를 정교하게 그려낸다.


2. 주인공 벨 깁슨

벨 깁슨은 20대 초반, 자신이 뇌종양을 진단받았다고 주장하며 병원 치료 대신 자연식과 명상으로 병을 극복했다고 알렸다. SNS를 통해 이 과정을 공유하면서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얻었고, 웰빙 앱, 요리책 출간, 그리고 '힐링 엄마' 이미지를 활용한 쇼핑몰까지 런칭한다.


하지만 그녀는 실제로 어떤 병도 앓은 적이 없었다. 기부하겠다고 밝혔던 수익금은 대부분 전달되지 않았고, 실제 병을 앓던 어린아이까지 이용하면서 그 거짓은 점점 더 무게를 더해갔다.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인물은, 희귀암을 앓고 있던 기자 출신 아름다운 여성 '밀라'다. 벨은 밀라의 병을 자신의 이야기 속에 끌어들여, 더욱 진정성 있어 보이는 영웅 서사를 만들었다. 진짜 고통받고 있던 사람의 존재를 거짓말의 장식처럼 사용한 이 행위는, 대중의 분노를 더욱 키울수 밖에 없다.




3. 거짓에 거짓을 더하다

애플사이다 비니거 는 이 충격적인 실화를 재구성하며, 단순한 사기극을 넘어선다. 왜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믿었고, 어떻게 한 사람의 거짓이 집단적 환상을 만들어냈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작품의 연출은 미니멀하면서도 극도로 현실적이다. 과장 없는 화면과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는 벨 깁슨이라는 인물의 실존감을 더욱 부각시키며, 관객은 마치 옆집 사람의 이야기처럼 이 사기극을 받아들이게 된다.


4. SNS가 만든 괴물

벨 깁슨의 거짓은 단지 그녀 혼자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그녀를 지지한 팬들, 출판사, 언론, 기업들까지 모두 이 신화의 일부가 되었다. SNS는 진정성 있는 '이미지'만으로도 신뢰를 부여하고, 아름답고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 말하는 모든 것에 쉽게 마음을 내어주는 구조다.

『애사비』는 이 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선해 보이는 이미지'가 신뢰를 이끌고, 그 신뢰가 결국에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소비된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웰빙, 육아, 자연주의… 이 모든 단어들이 거짓의 방패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드라마의 가장 섬뜩한 메시지다.


5. 마무리

애사비를 보며 떠오르는 또 다른 실존 인물은 바로 '애나 델비'다. 뉴욕의 상류층 사이에서 상속녀 행세를 하며 사기극을 벌였던 그녀의 이야기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나 만들기(원제: Inventing Anna)로 제작되었다. 이 둘은 모두 대담하게 거짓말을 하고, 사회의 구조적 허점을 이용해 신뢰를 얻어낸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또 한 편 떠오르는 영화는 리플리다. 맷 데이먼이 연기한 주인공 '톰 리플리'는 자신이 아닌 삶을 연기하며 결국 스스로도 진짜와 거짓의 경계를 혼란스러워하게 된다. 벨 깁슨 역시 거짓말을 반복하면서, 자신이 진짜로 아픈 사람이라고 믿기 시작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그녀는 처음엔 단순한 거짓말을 했지만, 그 거짓이 진실처럼 살아 숨쉬기 시작하면서 본인도 빠져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 시리즈는 넷플릭스 실화 기반 드라마 중에서도 완성도와 시사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인벤팅 애나』가 뉴욕 사회의 화려함 속에서 벌어진 스캔들을 다뤘다면, 애사비는 훨씬 더 평범하고 친근한 일상 속에서 벌어진 사기극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더 무섭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 애사비는 '진정성 있는 이미지'가 어떻게 신뢰로 둔갑하는지를 보여준다.

  • 벨 깁슨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거짓말'은, 단지 그녀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 웰니스, 힐링, 육아... 이 모든 키워드가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6. 시청 팁

이 작품을 볼 때는 드라마라는 걸 잠시 잊고, 실제 인물의 인터뷰와 보도 자료를 검색해보는 것도 좋다. 비교하면서 보면, 얼마나 극이 현실을 날카롭게 따라갔는지 느껴진다. 또한 SNS와 마케팅, 소비자 심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 번은 봐야 할 작품이다.

댓글